감나무 그늘에 서면 -정완영
감나무 그늘에 서면 마른 날에 옷 젖는다
뻐꾸기 울음소리가 산 빛 자꾸 퍼다 붓고
자르르 흐르는 햇살이 발목까지 차오른다.
-정완영 시조전집 『노래는 아직 남아』, 《토방》에서
세상을 살다 보면 어느 만큼은 자연이 그 답을 내어 준다. 그 답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숱한 세월을 살아도 아무 답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인생에서 행복이라는 것도 그와 같다. 정완영 시인의 시조 「감나무 그늘에 서면」은 우리 삶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감나무 그늘에 서서 듣는 오뉴월의 뻐꾸기 울음만큼 아름다운 소리도 없다. 그리고 그 소리만큼 짙푸른 녹음을 녹여내는 것도 없다. 감나무 그늘에 서면 마른날에 옷 젖는다는 말은 자꾸 산빛 푸르름을 뻐꾸기 울음이 퍼다 부어 옷이 젖는다고 한다. 햇살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모습은 가히 절창의 묘사다. 마치 사람을 웃음 속에 빠트려 놓고 그 행복감에 살아가라는 말씀처럼 들리는 대목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행복도 모두 허공중에 매달려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맑은 하늘은 맑음을 보여주고 궂은 날에는 먹구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행복 기상도다. 내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행복한가를 생각한다면 내 마음을 저 하늘에 비추어 볼 일이다. 내 마음에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이 난다면 나는 분명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감나무는 그런 삶의 행복감을 주렁주렁 내어주는 시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