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다. 숨 가쁘게 내달린 전반기 2년 반이었다. 광장의 촛불이 이끈 역대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을 거쳐 탄생한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예열 기회도 갖지 못한 채 국정 엔진을 급하게 가동했다. 헌정사에 일찍이 없었던 사건이고 앞으로도 반복될 거라 상상하기 힘든 역사였다. 한국사회 최대다수연합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탄핵정국 당시 시민들의 일치된 질문은 '이게 나라냐'였고, 새 정부의 국정은 이 도전적 물음에 응답하는 과정이었다.
이들 국정 목표에 비춰 논란은 따르지만, 성과가 적지 않았다. 법치를 어기고 국정을 농단한 전직 대통령 단죄 등 적폐 청산이 뚜렷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 격차를 완화했고, 주 52시간 노동제가 안착 단계에 들어간 사업장에선 과거 누릴 수 없었던 워라밸(일·생활 균형)을 반기는 이들도 많아졌다. 무시로 닥치는 전쟁 위험을 줄이고, 국가의 최고 기본 책무인 시민 안전과 평화를 증진한 건 도드라졌다. 이걸 이끈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이 역사적 이벤트였음도 틀림없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성과를 꼽아볼 여유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여러 경제지표가 일단 우울하다. 수출은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하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간 2% 달성도 어려울 거로 예상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난제들만 수북한 가운데 후반기 출발선에 다시 선 문 대통령의 각오는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회 연설에서 언급한 경청과 성찰, 그리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는 그래서 주목된다. 그 다짐을 반드시 실천하길 기대한다. 특히 여권은 당·정·청의 일체감과 응집력을 높이고 여러 우당(友黨), 나아가 보수 야당까지 포함한 의회와 끈기 있게 소통하고 타협해 개혁 입법의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무차별 힐난에 방어 본능이 작동해 '발끈'하는 거라면 미숙하고 허약하게 비치고, 떨어진 지지율과 미흡한 성과에 조급해 서두르는 거라면 무능하고 자신 없어 보인다. 집권 세력은 주류의식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정국을 운영해야 한다. 지난 대선 공약집을 다시 들춰 보는 것도 좋지만, 그에 얽매여 유연함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면 더 좋을 것도 같다. 강을 건넜다면 배는 두고 가는 것이 더 나은 내일을 보장할 수 있다는 걸 국민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