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이수익
저 자루 속이 궁금하다
저 자루 속을 불룩하게 채우고 있는
물체의 진실이 궁금하다
그 불룩한 모양새는 끊임없이 부피를 움직이는
유동성으로
우리의 추측을 뿌리치고 있다.
자루 속엔 몇 마리의 뱀이 들어 있나
자루 속엔 수십 마리의 커다란 낙지가 들어 있나
어느 별나라에서 온 우주인이 들어 있나
꾸불텅꾸불텅 모습이 뒤바꾸는 자루의 형체는
매직쇼의 비밀처럼,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눈앞엔 빤히 보이면서도
좀체 잡을 수 없는 단서를
저 묶인 자루 하나가 틀어쥐고 있다.
자루 하나에 우리 모두 우습게, 바보가 되고 있다.
강성철 著 『 詩, 읽어주는 은행원』, 《한국문연》에서
루머(rumor)라는 것은 이 사람 저사람 입에서 입으로 옮겨나는 말을 뜻한다. 근거 없는 소문들을 말하는데, 요즘은 정치적 이슈들이 루머를 통해 가짜 뉴스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수익 시인은 이 「루머」가 자루 속에 있는 유동성 물체라 정의를 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꿈틀거리는 실체를 지니고 있고, 또한 무엇인가 썸 득한 형체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옛날에야 귀신이나 헛소문 등이 루머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보면 요즘 루머는 악의적인 것들이 더 강하게 작용을 한다는 것이 특이점일 것이다.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 ~라는, ~일 것이라는 등의 실체는 없고 꼬리만 움직이는 말들의 무성함을 많이 듣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루머의 시작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빈틈을 찔러보는 행위가 아닌가 생각한다. 엄밀히 이는 언어적 폭력을 내가 아닌 나를 동원하여 자행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당당히 내 목소리를 통해 말하면 어딘가 뒷감당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지고 있다는 패배감이 작용할 때 '누가 그러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라는 말꼬리를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비극이 이 루머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 마음에서 루머가 퍼져 나간다고 본다. 루머는 자신의 장점보다 상대의 허점을 공략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심리적 보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없는 사실을 있게 만드는 거짓말이지만 한번 뱉은 말은 담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