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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획/특집

‘지역소멸 막을 퍼즐 조각’ 신규 원전 2기 어디로 가나

경북연합일보 기자 입력 2026.03.09 18:33 수정 2026.03.09 06:33

영덕·울진·울주 3파전 구도…대형원전 유치전 점화
‘천지원전 백지화’ 영덕군, 9년 만에 재도전…주민 86%가 “동의”
유치 공식화 울진군 준비작업 돌입…원전 클러스터 확대 구상
울산 울주군, 자율유치 범대위 출범 “지속가능 발전 위한 선택”

↑↑ 정부가 신규 원전을 계획대로 도입한다는 방침을 확정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원전 유치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경주에서 운영 중인 월성원전 전경.
ⓒ 경북연합일보
정부가 지난 1월 26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대형원전 건설 예정지로 주목받는 울산 울주·경북 영덕·울진 주민들은 환영한다며 일찌감치 유치전에 돌입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할 때만 해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유사한 ‘실용주의 에너지 믹스’ 정책을 표방했고 아니나 다를까, ‘신규원전 건설 계획’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그러다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조성, AI 반도체 클러스터 설립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 여론도 원전 찬성 쪽으로 기울자, 정부는 신규원전 건설을 결국 원래대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새 정부 출범 8개월 만에 ‘찬(贊)원전으로의 급선회’였다.
윤석열 정부 때 여야 합의로 확정했던 11차 전기본에는 대형원전 2기(104만㎡ 이상, 총 2.8GW)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49만㎡ 이상, 0.7GW)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소멸 위기 지자체 사활 걸어
지방소멸과 경기 침체가 맞물린 상황에서 ‘원전=위험’이라고 인식하던 예전과 반대로 원전 건설은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전략 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도 부상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오는 3월 30일까지 신규 대형원전 및 SMR 부지 공모를 마감하고, 6월 30일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 이후에는 안전성, 지역 수용성, 환경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경북에서는 대형원전 2기를 영덕과 울진에서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영덕군의 천지원전 예정지 주민들이 다시 원전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석리·노물리·매정리·경정리 일대(약 324만㎡)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신규 원전(천지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천지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 지을 데가 없다. 딱 한 군데 있는데, 지으려고 하다가 만 데”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천지원전 예정지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영덕이 절대적인 후보지는 아니다. 일찌감치 신규원전 유치를 표방한 강력한 경쟁지역인 울산 울주군이 있고, 8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2기의 원전이 건설 중인 전국 최대 원자력발전 단지인 울진도 유치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미 울산 울주군과 경북 울진·영덕군이 유치 의사를 공식화하며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관련 TF를 구성하고 주민 설명회와 산업 유치 전략 수립에 나서는 등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원전 건설이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엄청난 만큼 지자체 간 물밑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울진군은 기존 원전 운영 경험과 송전망, 항만, 산업단지 등 에너지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워 ‘확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미 형성된 원전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SMR까지 연계한 원전 클러스터 확대 구상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 앞두고 정치적 이슈 부상
영덕군은 과거 신규원전 부지 경험을 토대로 지역경제 회복과 인구 유입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재도전 전략’을 짜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 대응 카드로 원전 유치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2월 24일, 영덕군의회가 신규원전 유치에 관한 동의안을 가결하면서 영덕군이 신규원전 유치 신청을 공식화했다.
영덕군은 지난 1월 30일 한수원이 ‘신규원전 건설부지 유치’에 관한 공모를 발표하자, 1400여 명을 대상으로 대단위 여론조사를 벌여 군민의 의사를 수렴한 바 있다. 이 조사 결과 86.18%의 응답자가 원전 유치에 찬성했으며, 찬성의 이유로 ‘인구 유입 및 지역경제 활성화’가 중요하게 꼽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영덕군은 원전 유치에 대한 군민의 의지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2월 13일 영덕군의회에 신규원전 유치에 관한 동의안을 제출했으며 군의회의 재적의원 7명 전원이 찬성함으로써 영덕군은 앞으로 본격적인 원전 유치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군의회가 동의안을 가결하자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의 미래와 생존이 걸린 매우 중대한 결정”이라고 운을 떼며, 군민의 높은 찬성 여론이 “더 이상 소멸의 길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군민의 결단이자 지역의 위기를 스스로 돌파하겠다는 군민의 의지”라고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여겨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군수는 “정치적인 이해타산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군민의 뜻과 의지만을 받들어 지역의 미래를 위한 군민의 역사적인 선택이 큰 결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작은 의견과 우려에도 귀 기울여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뜻을 전했다. 또 “앞으로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반대 의사를 밝힌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86%가 넘는 원전 유치 찬성 여론에서 보듯 영덕 군민들의 신규원전 유치 의지와 각오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한 주민은 울진에 대한 열등감을 토로했다. “울진은 영덕보다 더 오지였어요. 예전에는 울진에서 영덕 간다고 하면 ‘큰 들로 나간다’고 할 정도였는데 울진이 원전을 유치하면서 한수원 지원금에다 세수 확보 등으로 살림살이가 영덕보다 나아졌고, 인구도 우리는 줄고 울진은 더 많아졌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원전이 서생면(울주)으로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원전 건설로 세수 증가 기대
영덕에서도 원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다. 10년 전에도 천지원전 유치가 주민투표 없이 진행됐다며 원전 반대 측 주민들이 천지원전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한 적이 있었는데, 주민 1만1209명이 참여해 그중 91.7%가 원전 반대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주민투표법상 유효요건(전체 유권자의 33.3%)에 미치지 못해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 당시와 지금의 원전에 대한 인식은 엄청나게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영덕군에 비해 울진군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유치 의사를 공식화하며 준비 작업에 돌입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영덕과 치열한 신규원전 유치 경쟁을 벌일 거로 보이는 울산 울주군이 2월 24일 ‘신규원전 자율유치 울주군 범대책위원회’ 발대식과 결의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원전 유치 활동에 나섰다.
뉴스1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21개 지역 사회단체장과 회원, 주민 등이 참석해 신규원전을 유치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범대위에는 이장협의회장, 주민자치위원장, 체육회장, 여성단체협의회장, 서생면 주민협의회장 등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다.
범대위는 결의문을 통해 “지역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책임 있는 선택을 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우리 앞에 놓인 지금,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력공급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책무이다”고 밝혔다.
이어 “울주군은 이미 국가 에너지 기반시설을 책임져 온 지역으로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부응할 충분한 능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며 “울주군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신규원전 자율유치가 실현될 때까지 연대하고 행동하겠다”고 했다.
범대위는 전 군민 서명운동과 원전 유치 촉구 집회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6월 30일 최종 후보지 선정
‘지역 소멸’이라는 낱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경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자체들의 신규 원전 유치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질 게 분명해 보인다. 원전 건설에 따른 지역 발전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대형원전은 1기당 약 5조5000억원에서 6조원의 건설 비용이 든다. 최근 건설 중인 신한울 3·4호기도 총 약 11조6000억∼11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원전 1기당 건설비용은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다 건설 기간에 수천 명의 직·간접 고용이 발생하며, 발전소 운영 단계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인 고용과 지역 협력업체 매출 창출이 이어진다. 특히 발전소 인근 지역에는 주거·상업 인프라 확충, 지방세수 증가, 지역 상권 활성화 등 연쇄 효과가 발생해 지방 재정과 경제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마디로 ‘경제적 시너지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종합해서 보면, 대형 신규원전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곳은,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한 영덕이다. 천지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 바 있는 데다 이웃 울진이 원자력발전소로 인해 인구 증가에다 한수원 지원금, 세수 증대 등으로 지자체 살림이 나아지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대형 신규원전 유치 경쟁에서 영덕 또는 울진이 구체적인 성과를 이뤄내도록 경북도민들이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정현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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