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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획/특집

원자력 클러스터 경주, i-SMR 유치로 산업 주도권 굳힌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입력 2026.03.09 14:45 수정 2026.03.09 02:45

‘설비용량 680MWe·설계수명 80년 규모
‘2035년 준공 목표 i-SMR 1호기 유치 추진
‘주민설명회·국회 포럼·범시민 서명운동
‘의회 동의 절차 병행 등 공감대 확산 나서
‘인허가·실증 등 정부 계획 달성 미지수
‘만병통치약 식 장밋빛 환상’ 심어줄 우려
‘거짓정보 제공, 과대·과장 홍보 자제해야

발전~연구~제조~관리, 국내 유일 ‘원전 전주기’ 실현


정부가 1월 26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찬반 여론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형원전 건설 예정지로 주목받는 울산 울주·경북 영덕 주민들은 벌써 환영한다며 유치전에 돌입했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 주기기를 제작하는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해 원전기업 340여 곳이 몰려있는 경남도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반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이재명 정부가 내세워 온 ‘실용주의 에너지 정책’의 실체가 결국 핵발전 확대 정책임이 드러났다”며 ‘졸속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 여야 합의로 확정했던 11차 전기본에는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 계획이 담겨 있다. 이에 정부는 2036년까지 0.7GW급 SMR을 신설한다. 대형원전보다 규모가 크게 줄어든 4m 안팎의 소형원자로 모듈 4개를 이어 붙인 한국형 소형모듈원전이다. 이 원전을 ‘혁신형 SMR 또는 i-SMR’이라고 부른다.
이제 관심은 SMR 1호기의 건설 부지에 쏠리고 있다. 국내 1호 SMR 건설 후보지는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와 대구 군위 첨단산업단지 등이 검토되고 있었는데 군위는 임해지역이 아니어서 최근 후보지에서 제외된 상태다. 대신 부산의 기장군이 SMR 유치를 선언해 경주와 경쟁하게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부지 적합성, 환경영향, 냉각수 공급 등 다각적 평가를 진행 중이다.



↑↑ 경북도와 경주시가 정부의 SMR 건설 계획에 발맞춰 i-SMR 1호기 유치에 집중한다. i-SMR은 산업단지 전력, 데이터센터 전력,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지역난방 등 우리 삶 가까이 녹아든다.
ⓒ 경북연합일보




◇경주 미래 100년 전략 과제, 행정·정책 역량 결집
오래전부터 SMR 건립을 추진해 오던 경주시는 정부가 SMR 1기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SMR 건립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주시는 양남면 월성원자력본부 내에 SMR을 건립하고, 인근 문무대왕면 어일리 일대에 SMR 국가산업단지를 만들어 관련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경주가 모든 여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부산 기장도 만만찮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기장군은 고리1호기부터 4호기까지 총 4기의 원자로를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대형원전 운영 지역이란 점을 앞세워 SMR 유치를 원하고 있어 경주가 결코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기장군(군수 정종복)은 1월 29일, SMR의 지역 유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장군은 ‘i-SMR’ 유치를 위해, 과거 신고리 7·8호기 전원개발예정 부지를 유력 후보지로 꼽고 있다. 해당 부지는 현재 한수원 소유로, 별도의 부지 매입이나 대규모 정지 작업 없이 i-SMR 초도 호기 착공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더구나 기존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송·배전 전력망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신규 송전설비 구축에 따른 비용 부담과 주민 갈등, 사업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더더구나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와 대규모 산업단지가 인접해 있어 전력 수요가 풍부하고, 교육·교통·의료 등 우수한 정주 인프라로 전문 인력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게 또 다른 강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경주가 SMR 입지, 수용성 등 모든 면에서 기장보다 우위에 있다. 정주 인프라가 기장에 비해 조금 열악할 뿐 기장군이 지니는 강점을 경주는 모두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비롯해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상주해 있다. 게다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중수로해체기술원, SMR 핵심 기술 개발과 실증을 전담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개소를 준비 중이고 SMR 국가산업단지도 조성 중이다.
다시 말해, 경주는 ‘원자력 허브 도시’이다. 경주는 ‘원전 발전(운영)–연구 및 실증–제조-해체–폐기물 관리’로 이어지는 ‘원자력 산업 전 주기’가 한 도시 안에 집적된 국내 유일의 지역인 데다 ‘SMR 산업의 거점’이기도 하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불과 5㎞ 거리에 ‘SMR 국가산단’(113만5000㎡)이 조성될 예정인데 올해 상반기에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오는 2032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또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도 진행 중이다. 향후 모듈 제작, 기자재 공급, 유지·보수 산업까지 연계되는 국내 최대 ‘SMR 산업벨트’로 발전할 게 분명하다. 특히 SMR은 기존 대형원전과 달리 모듈 제작과 공급망 산업의 비중이 높아 경주가 가진 산업 인프라는 입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 SMR 경주유치 TF팀 발족식.
ⓒ 경북연합일보


◇유치 활동 경과
1월 30일, 경북도는 동부청사에서 국내 최초 SMR 건설부지 유치를 위한 ‘경주 SMR 유치지원 TF팀’(이하 TF팀) 킥오프 회의를 열고 관련 절차 대응에 본격 착수했다. 킥오프 회의에는 경북연구원, 포항테크노파크,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E&C 등 지역의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SMR 경주 유치를 위한 기관별 준비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유치를 위한 분과별 대응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2월 10일, 경북도는 경주시 문무대왕과학연구소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SMR의 역할과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인공지능 시대 SMR, 과학으로 접근한다’를 주제로 “2026 미래형 원전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 전대욱 한수원 사장직무대행, 우상익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기반조성단장 등 SMR 관련 산·학·연·관 관계자 350여명이 참석했다.
포럼은 김한곤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장의 ‘AI 시대에 SMR의 역할과 과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조윤제 한국원자력연구원 센터장과 우상익 기반조성사업단장의 특별강연, 이어 ‘탄소중립과 미래형 원전’을 주제로 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의 SMR 생태계 구축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될 국내 초도호기 건설은 이미 국가 주도로 연구·산업기반이 구축된 경주가 최적의 입지”라고 밝혔다. 이어 “경주의 SMR과 포항의 철강을 잇는 원전․철강 상생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월 13일,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는 경주시청 알천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혁신형 소형모듈원전인 ‘i-SMR 1호기 경주유치추진단’(이하 유치 추진단) 출범을 의결했다. 추진단은 앞으로 범시민 유치 서명운동 전개, 유치 결의대회 개최, 대정부 및 국회 건의 활동, 전략적 언론 홍보 등을 펼치게 된다.
2월 18일, 경주시가 i-SMR 1호기 건설의 최적지로서 유치 타당성을 대내외에 알리고, 체계적인 유치 활동을 통해 차세대 원전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에 따르면 i-SMR 1호기는 설비용량 680MWe(170MWe급 모듈 4기) 규모다. 설계수명은 80년으로 2035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부지 규모는 해안 인접 지역 49만6000㎡(약 15만 평)다. 부지 공모 절차는 자율유치 공모를 시작으로 지자체의 유치신청서 제출, 부지선정평가위원회 평가·선정, 최종 통보 순으로 진행된다.
경주시는 한국수력원자력과 ‘SMR Smart Net-Zero City’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SMR 국가산단 조성과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설립 등을 추진하며 기반을 다져왔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지난달 신규 원전 건설 공모를 발표하자 i-SMR 유치 추진 계획도 수립했다.
향후 주민설명회와 SMR·국회 포럼을 통해 공감대를 확산하고, 범시민 서명운동과 의회 동의 절차를 병행할 계획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i-SMR 1호기 유치는 경주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전략적 과제”라며 “대한민국 대표 원자력 도시로서 역량을 결집해 차세대 에너지 산업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행정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2월 24일, 경북도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SMR 건설부지 유치를 위해 산·학·연·관 SMR 전문가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 SMR 건설부지 유치지원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자문회의는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주낙영 경주시장, 김무환 前 포스텍 총장을 공동 자문 위원장으로 하고 대학교수, 원자력 민간단체, 포스코홀딩스, 포스코E&C, 두산에너빌리티 등 SMR 관련 전문가 15명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주요 회의 내용은 소형모듈원전 유치 당위성, 철강산업과 상생 방안 등 주제 발표와 함께 i-SMR 건설부지 경주 유치를 위한 전문가들의 정책 자문이 이어졌으며, 지자체 지원계획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다.
회의에 참석한 포스코홀딩스 등 철강기업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은 국내 철강기업에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며, 대규모 무탄소 전력과 청정수소 확보 방안으로 현재로선 원전 활용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SMR 경주 유치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설계 특성.
ⓒ 경북연합일보

 
◇경주 유치는 당위(當爲)지만, ‘장밋빛 환상’은 경계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최근 경주시와 유치추진단은 대대적인 ‘SMR 경주 유치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유치 운동’이 과열되면서 중·저준위방폐장, 원자력해체연구원 유치 때처럼 온통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거짓 정보 제공이나 과대·과장 홍보’로 경주시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이에 경주환경운동연합은 현재 진행 중인 서명운동을 ‘동원형 서명’이라며 중단과 토론회 등의 공론장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정보 제공·숙의 없이 서명이 진행된 사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아무튼 유치추진단은 SMR 유치가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것처럼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실상은 이와 매우 다른데도 말이다.
방폐장 유치 때도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과 별도로 매년 80억여 원씩 60년간 4800억여원의 반입수수료가 발생한다고 미화했으나 실지로 매년 경주시에 들어오는 반입수수료는 겨우 20∼30억 원에 불과하다.
이번에도 경주시가 SMR 유치를 홍보하며 ‘7800억원’ 지원금을 강조하고 있지만 분석해 보면, 연간 지원금을 부풀린 후 80년간 합산한 ‘장밋빛 전망’ 내지 ‘희망 사항’일 뿐이다.
특히 발전량에 따라 달라지는 연간 지원금을 가동률 90%, 80년 운전을 전제로 계산한 것은 비현실적이어서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 경주시는 특별지원금 1200억원과 기본지원사업비, 사업자지원사업비, 지역자원시설세 등을 합산해 총 7800억원의 법정지원금을 제시했는데 특별지원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고정된 금액이 아니라 발전량에 따라 매년 변동되는 금액이다. 다시 말해, 아직 개발도 안 됐고, 실증도 안 된 ‘i-SMR’을 두고 가동률 90%, 80년 운전 운운하는 것은 과대·과장 홍보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SMR 개발 계획에는 2028년 말 표준설계인가 획득, 2033년까지 ‘인허가·실증’ 목표, 2034∼2035년경에 ‘상업 가동’ 목표다. 이러한 목표가 현실적인 여건상 계획대로 잘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국내외적인 모든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i-SMR의 때늦은 개발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국내적으로는 i-SMR과 핵추진 잠수함 등 선박용 원전을 개발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작년 말 준공했지만 정작 연구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다. 석·박사급 500명의 연구 인력이 필요하지만, 정주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한국원자력연구원 직원들은 발령을 꺼리고 있고, 인센티브를 제시에도 신규 직원도 기피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SMR 개발 선두 주자인 미국이 2020년대 말에 SMR 상용화를 완료해 세계시장을 선점해 버린다면, 우리의 i-SMR 개발 성공도, SMR 국가산단 조성도, SMR 초도호기 건설부지 유치도 별 소용이 없게 될 수 있다. 자칫하면 문무대왕면의 ‘SMR 국가산단’은 미국 SMR의 ‘부품 제조 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SMR의 경주 유치는 당위다. 그렇더라도 경주시와 유치추진단은 SMR 유치를 위한 잘못된 정보 전달이나 과장 홍보를 자제하고 실상을 제대로 전달해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현걸 기자



↑↑ 혁신형 소형모듈 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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