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쳤던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결국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새 정부 출범 당시의 탈원전 정책에서 8개월 만에 ‘찬(贊)원전으로의 급선회’다.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반도체 산업 확장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대에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때부터 탈원전을 신봉했던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에너지 주무 부처인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의 어깃장과 정치적 아집 탓에 시간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대세다.
비록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결정을 환영한다. 에너지 확보 문제는 ‘국가 에너지 안보’는 물론이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중차대하고 시급한 현안이다. 고무적인 것은, 김 장관이 기존에 확정된 신규 원전 2기 외에 추가 원전 건설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기후부 기자실에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추진 방향 발표에서 “제11차 전기본상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기후부가 여론조사 기관 2곳을 통해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원전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나타나자, 정부도 결과를 수긍하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아니 이재명 정부는 대규모 전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최근에 ‘신규 원전 건설’ 쪽으로 답을 정해 놓고 진보적인 시민단체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고 ‘보여주기식 쇼’를 벌였다고 해야 맞다.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초 여야 합의로 수립한 11차 전기본에는 신규 원전 2기(2.8GW)와 SMR 1기(0.7GW) 건설이 반영됐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이 계획이 국민 동의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핑계로 원점 재검토를 선언한 바 있다.
기후부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7일 두 차례 정책토론회에 이어 2개 기관을 통해 대국민 여론조사를 벌였는데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90% 가까이 나왔고,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원전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답변은 두 기관 평균 60% 중반이었다.
김 장관은 추가 원전 건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2기 이상의 원전 건설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부러 닫아두진 않고, 어느 정도 수준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믹스에 맞는지를 12차 전기본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혀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음을 밝혔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AI 관련 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 폭증 앞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저장성 문제’를 인정하고 ‘기저 전력 확보‘의 필요성에 항복한 셈이다. 모처럼 현실과 타협하는 실용주의 정책이 나온 것이다.
전력 수요 급증 사례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들 수 있다. 필요한 전력이 13GW 규모로 예상되는데 차세대 한국형 원전 ‘APR 1400’ 10기의 발전량과 맞먹는다. 다시 말해 ‘APR 1400’ 10기(14GW)를 건설·가동해야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게다가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을 표방한 만큼 산업자원부의 추산에 따르면 2029년까지 700개가 넘는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한데 전력 50GW가 추가로 필요하다. 원전을 건설해 가동하려면 십 년 넘게 걸리는 만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늑장을 부려도 너무 늑장을 부렸다.
정말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추가 원전 건설에 가열하게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