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정부와 정치권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세가 어느덧 4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쿠팡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집중 조사도 3주 차로 접어든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노조와 모 종교단체와 언론들까지 이른바 ‘쿠팡 죽이기’와 ‘쿠팡의 악마화’에 올인하더니 이제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처음에는 수긍하던 국민이 이제는 ‘도가 지나치다’며 점차 반발하는 추세고, 급기야 쿠팡 노조도 “합리·공정한 처분을 촉구”하며 정부의 고강도 조사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뿐만 아니라, 쿠팡 사태가 급기야 ‘한·미 간 통상 문제’로까지 부상해 관세 등으로 보복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과학기술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 등 정보 유출 사고 주무 기관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서울본부세관 등 10개 이상의 정부 부처가 쿠팡에 투입돼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 부처의 4분의 1이 단일 기업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상황은 전례가 드물다. 과거 대기업의 불법 비자금이나 대규모 자금 조작 의혹 등에 사법·금융당국이 투입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같이 정보 유출 사건으로 전 부처가 동원되다시피 해 경영 전반을 조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서울 쿠팡 본사에 수백 명의 조사 인력이 한꺼번에 투입돼 동시다발적인 조사를 벌이자, 쿠팡 본사 업무가 사실상 마비돼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와 민주당이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쿠팡 죽이기를 통해 ‘테무나 알리’ 같은 중국 기업에 한국의 유통업을 넘겨주려는 저의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하고 있을 정도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친중·반미’ 성향이라고 오해받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타 기업과 달리 쿠팡에 대한 공세를 노골화하더니 기어코 한·미통상 문제로 번졌다. 중국 기업들을 돕는 행위라는 일각의 우려에도 콧방귀를 뀌며 쿠팡에 대해 무차별적인 공세를 단행한 결과이다.
최근 쿠팡에 투자한 미국계 투자사 2곳이, 한국 정부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미국 정부에 청원을 제기했는데 “‘친중’ 정부가 한·중 대기업을 보호하려고 쿠팡을 공격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개입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들 투자사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도 제출했다. 이들은 또 “김민석 국무총리가 쿠팡의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법 집행과 관련해 ‘마피아를 소탕할 때와 같은 각오로 해야 한다’고 정부 규제 당국에 촉구했다”라고도 설명했다.
김 총리는 지난해 12월 19일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 금융감독원 등의 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마피아를 소탕해 시장 질서를 잡을 정도로 한다는 각오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발언이 오해를 사게 된 것이다.
아무튼, 한·미 양국이 작년에 무역 합의를 타결한 이후에도 반도체 관세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쿠팡 사태가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하면 관세협상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쿠팡에 대한 정부의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공세를 즉각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