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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그릇이 큰 사람이 되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입력 2025.06.01 19:40 수정 2025.06.01 07:40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흔히, 인생 백년이라 말하지만, 사람의 한평생을 나이나 세월로 치면 얼마 간(間)인지 모르겠다. 산수(傘壽)의 나이를 살면서 산수(算數)를 잘 모른다. 단지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미워하고 미움받으며 살아왔다. 사랑한 적이 많은지 사랑받은 적이 많은지, 미워한 적이 많은지 미움받은 적이 많은지 계산해 본 적도 없다. 그냥 반반이겠거니 얼버무렸다. 어릴 적에는 당당하게 나선 적보다 무안당한 것처럼 얼굴을 붉히고 땀 흘린 적이 많았던 기억으로 봐서는 늘 자신을 부족하게 느끼며 주눅 들어 살아온 것 같지만, 부족한 대로 사랑하며 살려고 노력은 했었다.
사람을 가끔 그릇에 비유하기도 한다. 사람을 두고 말하는 그릇은 사람의 넓은 마음과 깊은 생각, 그리고 뭔가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사람의 인생 크기에 연결되기도 한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도 사람을 그릇에 빗댄 표현이다. 소인이나 대인, 좀생이 같은 말이 사람됨의 그릇에서 나온 것이다. 도량(度量), 포용력을 말한다.
그릇이 큰 사람은 말이 따뜻하다. 남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준다. 중간에 가로채어 자신의 이야기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소화하는 능력이 있다. 하고자 하는 말은 정확하게 전달하되 상대방이 다치지 않도록 따뜻하게 말한다. 그릇이 큰 사람은 따뜻함이 묻어나는 사람이다.
그릇이 큰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부정적인 말로 주변의 부정적 에너지를 모으지 않는다. 감사와 긍정의 말과 행동으로 주변을 채운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말의 에너지가 자신과 타인의 삶을 바꾸고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잘 안다. 말이 쉽게 새어나가지 않게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하지 않는다. 자존감이 있어서 남을 깎아내릴 필요가 없다. 험담할 필요가 없다. 험담은 부메랑이 된다는 사실을 안다. 그릇이 큰 사람은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로 긍정적인 면을 보고 배우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릇이 큰 사람은 자신을 객관화한다. 잘못이 있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배워서 성장하려 한다. 변명이나 합리화 없이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고, 부족한 면이 있음을 안다. 상대방의 가치관과 생각이 나와 다름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다른 가치관을 받아들여 자신의 시야를 넓히고 사고를 유연하게 하는 기회로 삼는다. 세상은 넓다. 배워야 할 것이 무궁무진이다. 자기 생각을 고집부리지 않는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대처방안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자신의 호불호는 우선 두고 감정을 조절하여 불쾌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다.
큰 그릇의 사람은 꿈이 크다. 빈부의 차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꿈 크기의 차이다. 노력이나 재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꿈꾸는 능력이다. 꿈은 살아갈 지향점이다. 꿈이 있어야 재능과 노력을 동원할 수 있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판정할 수 있다. 지향점이 없으면 성공과 실패를 논할 수 없으니까. 그릇이 큰 사람은 꿈꾸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릇이 큰 사람은 온화하고 긍정적이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창출한다. 자신에게도 관대한 사람이다. 자신이 여유가 있어야 남에게도 관대할 수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칭찬을 잘하는 사람, 빈말이 아니라 진정한 칭찬으로 상대를 기쁘게 해 준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사람됨의 그릇을 키워서, 도량을 넓혀서, 미래가 있는 밝은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
중앙무대에서 나날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분들의 쪼잔하게 삐지는 모습, 아웅다웅 싸움질 없이는 하루도 못 견디는 분들의 행동거지가 눈에 거슬릴 때가 많다. 제 앞가림을 못하면서 남의 잘못만 파고드는 사람은 자신의 자랑거리가 없는 사람이다. 남을 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대선에 욕심을 내는 쪼잔한 분들이여, 부디 그릇이 큰 사람이 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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